본문 바로가기

기이한 암호와 미스터리한 문서

트로이 유적: 금속 조각문의 발견과 암호

트로이 유적에서 발견된 미스터리 금속 조각문

1870년 하인리히 슐리만(Heinrich Schliemann)이 튀르키예 히사를리크(Hisarlik) 언덕에서 트로이 유적을 처음 발굴했을 때, 그는 단지 호메로스의 서사시를 재현하고자 한 열정적인 모험가로 평가받았다. 그러나 후속 발굴과 학계의 분석을 통해 이 유적이 실제 고대 트로이 문명의 실존을 증명하는 강력한 단서가 되었다는 것이 드러났다.

 

그 가운데에서도 학자들과 암호학자들의 관심을 끌었던 것은 1993년 4차 발굴 당시 발견된 '금속 조각문'이었다. 이 조각문은 녹이 슨 동합금으로 제작되었고, 그 위에는 고대 문자로 보이는 기이한 도형과 선들이 반복적으로 새겨져 있었다. 그 배열은 우연이라고 보기에는 지나치게 정교했고, 오랜 세월 속에서도 뚜렷이 남아 있었다.

 

이 조각문은 일반적인 장식 문양과 달리, 특정 규칙을 바탕으로 반복되는 기호들이 있었기에 학자들은 이를 일종의 암호체계로 보았다. 특히 몇몇 기호는 페니키아 문자, 히타이트 문명에서 발견된 상형문자와 유사한 형태를 지녔다는 분석도 나왔다.

 

그러나 트로이 문명이 독자적 문자체계를 가지고 있었는지는 여전히 논쟁의 중심이다. 이런 점에서 이 금속문은 단순한 유물이 아니라, 고대 지중해 세계의 소통 체계나 비밀 의례의 실마리를 제공할 수도 있는 '언어적 단서'로 주목받고 있다.

트로이 유적: 금속 조각문의 발견과 암호

 

도형 배열의 규칙성과 암호 이론의 접목

해당 금속 조각문은 총 27개의 기호와 9개의 선형 문자가 3행에 걸쳐 배열되어 있었으며, 전체 구조는 마치 표나 수열처럼 정연한 구성을 이루고 있다. 이 구조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대칭성과 패턴 반복이다.

 

예를 들어 첫 번째 행에 등장한 삼각형 도형이 세 번째 행에서도 같은 간격으로 반복되며 등장하고, 일부 기호는 좌우 반전 또는 회전을 통해 형태가 변화하는 식으로 이어진다. 이러한 도형의 시각적 규칙은 단순한 장식 요소가 아닌, 의도된 구조임을 암시한다.

 

이러한 특성은 고전 암호학에서 말하는 '비대칭적 반복문' 또는 '도형형 교차암호(geometric transposition cipher)'의 사례와 유사한데, 이는 단어를 도형이나 선의 배열로 치환해 메시지를 숨기는 방식이다. 실제로 암호학자 마크 라드포드 교수는 이 조각문을 분석하며, 반복 기호 간의 거리와 각도를 숫자화해 패턴을 도출하고자 시도했으며, 그 결과 피보나치 수열과 유사한 수적 반복이 있다는 가능성을 제시했다. 이러한 수열적 접근은 트로이 유적이 단순한 도시 유적을 넘어서 과학적 지식의 집대성이었을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고대 종교와 의례적 도구로서의 가능성

암호체계로서의 조각문 해석 외에도, 이 금속문이 고대 트로이 사회의 종교나 의례적 기능을 지녔을 가능성도 제기되었다. 이 조각문이 발견된 장소는 주거지나 일반 공공 공간이 아닌, 폐쇄된 석실 내부의 벽에 부착된 형태였으며, 주변에는 의식을 치르는 데 사용되었을 법한 촛대 모양의 석물과 동물 뼈가 함께 발굴되었다. 이는 조각문이 단순한 표지판이나 안내문이 아닌, 일종의 '성물' 또는 '비밀 제례 기호'였을 수 있음을 시사한다.

 

고대 트로이 문명이 히타이트 및 크레타 문명과 교류했다는 점을 고려할 때, 이 조각문은 일종의 주문이나 신성한 기록으로 쓰였을 가능성이 크다. 도형 하나하나가 신의 이름, 혹은 제사장의 계급, 천문 현상과 같은 자연의 주기를 상징했을 수 있으며, 이러한 해석은 마야 문명의 상형문자와도 유사한 맥락을 이룬다. 고고학자 셀린 나르디 교수는 "이 조각문은 문자와 도형이 결합된 고대 정보 저장장치의 원형일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현대 기술로 접근하는 해독 시도

최근에는 AI 기반 이미지 분석 기술을 이용해 금속 조각문에 대한 해독 시도가 진행되고 있다. 2022년, 유럽의 한 디지털 고고학 연구소에서는 3D 스캐닝과 머신러닝 기반의 기호 분류 시스템을 통해 금속 조각문의 기호들을 디지털화했고, 이후 이를 전 세계의 고문자 데이터베이스와 비교 분석하였다. 그 결과, 이 조각문에 새겨진 도형 중 일부는 고대 루위안 문자나 초기 에트루리아 기호와 60% 이상 유사성을 지닌다는 통계가 발표되었다.

 

또한, 3D 분석 결과 조각문의 세로 홈은 시각적으로만 보이는 것이 아닌, 촉각적 지침을 포함하고 있을 가능성도 제기되었다. 이는 시각장애인을 위한 오늘날의 점자 개념과도 유사하며, 조각문이 고대 시각적 커뮤니케이션 방식의 하나였음을 암시한다. 이러한 접근은 고고학과 정보공학, 언어학이 융합된 형태의 해독 방식으로, 학제 간 협력이 중요한 사례로 꼽힌다.

 

조각문이 던지는 문화적 의미와 미래 연구 과제

금속 조각문은 그 자체로도 미스터리하지만, 더 넓은 맥락에서 바라본다면 고대인들의 지식 체계와 의사소통 방식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진다. 문자를 기록하는 도구가 없던 시대에도 인간은 도형과 배열을 통해 정보를 남기고 전달하려 했다는 사실은, 오늘날의 상형 언어, 프로그래밍 코드와도 연결되는 보편적인 인간 사고의 구조를 반영한다.

 

이 조각문은 트로이 문명의 기술력과 신비로움을 상징하는 동시에, 인류의 지식 전승 방식에 대한 철학적 질문을 던지는 '메타 유물'이라 할 수 있다.

 

앞으로의 연구는 이 조각문이 단일 유물이 아닌 더 큰 시스템 속 일부일 가능성을 열어두어야 하며, 향후 트로이 유적에서 유사한 도형이나 코드가 추가로 발견될 경우, 전체적인 암호체계의 실마리가 풀릴 수 있다. 인공위성을 활용한 지층 탐사나 레이저 스캔 기술을 통해 매장된 유물을 탐색하는 방식도 고려되고 있으며, 고대 암호학을 전공한 학자들의 협력 연구 또한 가속화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