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디악의 등장: 미제 사건과 암호
1960년대 후반부터 1970년대 초반까지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활동한 '조디악(Zodiac)'은 단순한 용의자가 아니었다. 그는 경찰과 언론을 조롱하며 수수께끼 같은 암호문과 편지를 남겨 세상을 충격에 빠뜨렸다.
그가 보낸 암호화된 메시지들은 전문가들조차 쉽게 풀 수 없는 난해한 구조를 가지고 있었다. 그중에서도 '340 코드(340 Cipher)'는 가장 악명 높은 암호문으로, 1969년 11월 8일, 샌프란시스코 크로니클 신문사에 보내졌다. 340이라는 숫자는 암호문의 문자 수에서 유래한 것으로, 당시 FBI를 비롯한 수많은 암호학자와 언론이 해독을 시도했지만 실패했다.
조디악은 범행을 저지른 후 경찰에 직접 전화를 걸어 자신의 범행을 인정하는가 하면, 신문사를 통해 암호문을 보내며 대중을 혼란에 빠뜨렸다. 그는 암호 속에 자신의 정체와 더 많은 범행 계획이 담겨 있다고 주장했으며, 일부 편지에서는 경찰과 수사기관을 조롱하는 듯한 내용을 남기기도 했다. 그의 정체는 여전히 밝혀지지 않았으며, 조디악 사건은 미제 사건 중에서도 가장 미스터리한 사건 중 하나로 남아 있다.
340 코드, 51년 만에 해독되다
반세기 동안 풀리지 않던 340 코드는 2020년 12월, 마침내 해독되었다. 이 암호를 해독하는 데 성공한 사람들은 미국의 암호학자인 데이비드 오란착(David Oranchak), 호주의 수학자인 샘 블레이크(Sam Blake), 벨기에의 프로그램 개발자인 야를 반 에이크(Jarl Van Eycke)였다. 이들은 수년간 조디악의 암호에 집착해 왔으며, 컴퓨터 알고리즘과 머신러닝 기법을 동원하여 암호를 분석했다.
기존의 암호 해독 방식은 실패로 돌아갔지만, 연구팀은 조디악이 사용한 암호 체계가 기존의 암호문과 다르게 비대칭적이며 비순차적으로 배열된 문자 패턴을 따르고 있음을 발견했다. 이에 따라, 세로와 가로를 조합한 특수한 방식으로 암호를 재구성해야 했고, 이를 위한 방대한 데이터 분석이 필요했다.
해독된 메시지 내용은 다음과 같았다.
"나는 가스 체임버에서 끝나지 않을 것이다. 왜냐하면 나는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으며, 새로운 삶이 내게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이 메시지는 조디악이 자신의 생사에 대해 언급하면서도 경찰과 대중을 더욱 혼란스럽게 만들려는 의도가 담긴 것으로 보인다. 또한, 일부 문장에서 TV 프로그램과 관련된 내용이 포함되어 있어, 조디악이 대중과의 교감을 통해 두려움을 확산시키려 했음을 시사한다. 하지만, 여전히 그의 신원이나 동기에 대한 직접적인 단서는 포함되지 않았다.
그렇다면, 조디악은 이 암호를 어떤 방식으로 만들었을까?
그의 암호화 기법은 기존의 단순한 암호 방식과 어떻게 달랐을까?
조디악의 암호 체계와 해독 과정
340 코드가 수십 년 동안 풀리지 않았던 이유는 조디악이 사용한 복잡한 암호화 기법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암호문은 단순한 치환 암호(substitution cipher), 즉 특정 문자를 다른 문자로 대체하는 방식으로 구성되지만, 340 코드는 기존 암호 방식과 전혀 다른 방식으로 설계되었다.
먼저, 340 코드의 주요 특징은 다음과 같다.
- 비순차적 배열
- 조디악은 단순히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문장을 구성하는 것이 아니라, 세로, 대각선, 반대 방향 등의 복합적인 배치를 사용했다.
- 이는 기존의 암호 해독 방식으로 접근할 경우 혼란을 초래하게 만들었다.
- 암호문 내의 패턴 분산
- 조디악은 특정 단어가 반복되지 않도록 알고리즘적인 분산 기법을 사용했다.
- 예를 들어, "CRIME" 같은 단어가 암호문 내에 여러 번 나타난다면 쉽게 해독될 가능성이 높지만, 그는 이런 패턴을 숨기기 위해 의도적으로 글자를 섞어 놓았다.
- 문장 내 단어 재배열 기법
- 조디악은 일반적인 문장 구조를 유지하지 않고, 각 단어를 의도적으로 분할하거나 특정 위치에 배치하여 해독을 어렵게 만들었다.
- 예를 들어, 문장의 중간 부분이 문장 맨 앞에 오도록 배치하는 방식이 사용되었다.
이를 해독하기 위해, 연구팀은 인공지능(AI)과 머신러닝 기법을 활용하여 방대한 문자 패턴을 분석했고, 수십만 개의 조합을 실행하며 조디악의 암호 패턴을 재구성했다. 결국, 머신러닝이 해독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였으며, 이는 현대 기술이 없었다면 불가능한 작업이었다.
조디악의 정체는 밝혀질까?
비록 340 코드가 해독되었지만, 조디악의 정체는 여전히 밝혀지지 않았다. 그는 1968년부터 1974년까지 최소 5건의 범행을 저질렀으며, 37건의 범죄를 자신이 저질렀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경찰은 그가 실제로 어떠한 범행을 저질렀는지, 그리고 그의 최후가 어땠는지조차 확인하지 못하고 있다.
최근에는 DNA 분석 기술과 AI 프로파일링 기법을 활용한 새로운 수사 방식이 도입되면서 조디악의 정체가 밝혀질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실제로, 2018년에는 유전자 계보 분석(Genealogical DNA Analysis)을 통해 미국의 악명 높은 범죄자 '골든 스테이트 킬러(Golden State Killer)'가 체포되었다. 같은 방법을 조디악 사건에 적용한다면, 마침내 그의 신원을 밝힐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여전히 조디악이 남긴 암호 중 일부는 해독되지 않았으며, 그의 진짜 목적과 동기는 여전히 의문으로 남아 있다. 그가 왜 암호를 남겼는지, 그의 메시지 속에는 또 다른 단서가 숨어 있는지는 여전히 수수께끼다.
과연 조디악의 마지막 암호가 해독될 날이 올 것인가? 그리고 그것이 밝혀졌을 때, 우리는 어떤 충격적인 진실과 마주하게 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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